[서평 15] 우연? 필연?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_2021.01.10)

최근 개인적으로 신기한 일이 있었어. 같이 몽골 여행 갔다 온 사람들을 만났을 때도, 북한산을 같이 갔다 온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MBTI 결과가 ENFJ로 똑같았어! (ENFJ는 우리나라에서도 퍼센트가 가장 작다고 알려져 있어!) 평소 많이 보지 못했던 성격 유형이기도 하고,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생각에 신기했었지.

나는 평소에 유유상종, 끼리끼리, 근묵자흑처럼 비슷한 사람들이 모인다는 말을 믿어. 내 주변에는 나와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 또는 삶의 목표가 비슷한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하는 편이야. 왜 그럴까? 항상 궁금은 했지만 단지 우연히 서로 추구하는 것이 비슷하기 때문에 얘기가 잘 통하기도 하고 시너지 효과가 생겨서라고 생각했지. 근데 책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에서 ‘왜 그럴까’에 대한 생물학적 힌트를 조금은 얻은 것 같아.

이 책에서 우리의 행동은 유전적 성향, 호르몬, 미생물총, 태아 프로그래밍, 문화 등 다양한 것에 영향을 받는다고 말하고 있어. 책에 언급된 유전적 요인들을 보면, 처음 나는 내 성향을 내가 직접적으로 바꿀 수 없다고 느꼈어. 왜냐하면 진화적인 관점에서 내 유전자들은 현재 상황에 살아남을 수 있게 결정이 되었고 나를 조종할 수 있게 프로그래밍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내가 이해하기 쉬웠던 ‘식욕’ 관련 된 것으로 왜 이렇게 생각했는지 예를 들어 줄게! 우리 몸에는 배고픔 호르몬인 그렐린(ghrelin) 수치로 배고픔과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해. 식사를 하고 난 후에는 그렐린 수치가 떨어지고, 포만 호르몬인 렙틴(leptin)이 분비되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기분을 느낄 수 있데. 근데 이 시스템을 방해하는 렙틴 유전자 돌연변이 때문에 우리가 과식한다고 하네. 그리고 비만이 되는 이유는 렙틴 유전자 돌연변이, 렙틴 수용체 돌연변이(LEPR)와 같은 유전적 영향뿐만 아니라 후성 유전(태아 프로그래밍), 장내 세균 영향도 있다고 해. 엄청 복잡하지? 단 하나의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쉽게 영향 받는 복잡한 시스템에서 나는 현재 생명과학 기술로 우리를 쉽게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

그럼 우리는 이미 결정된 채로 살아가야해? 너무나 다행히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우리가 현재 과학 기술로 다룰 수 없는 유전적인 문제는 손 쓸 수 없겠지만, 그 수는 많지 않아. 위 예에서 보면, 비만인 사람들이 위장에 어떤 세균을 자리 잡게 하는지에 따라 식탐을 고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해.

P109 “저 아래 있는 세균들은 뇌에 당신의 식탐에 영향을 미치는 화학적 신호를 보내서 번식하고, 자신의 영역을 넘보는 다른 세균을 물리는 데 필요한 음식을 갈망하게 만든다. 당신의 배 속에는 당신과 미생물 사이의 돌고 도는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 당신이 먹는 것이 미생물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들이 먹는 것 또한 당신이 먹는 것에 영향을 미친다.

또, 운동을 하면 위장내 미생물총도 다양해지고 건강해지고, 건강을 촉진하는 아커만시아균도 가득해진다고 하네! 뭐, 식습관 조절을 하고 운동을 하면 건강해지는 것을 이미 잘 알거야. 하지만 문제의 정확한 이유를 알면 왜 해야하는지, 어떤 것을 바꿀 수 있는지 파악이 되고 기존 막연한 가이드를 따르기보다는 구체적인 해결 방법을 스스로 설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봐.

결국, 우리는 유전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 자기 자신을 우리 행동으로 바꿀 수 있다는거지. 나는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내 독서 습관을 예를 들어 볼게. 나는 어쩌면 책만 보면 졸리고, 책이 무겁게 느껴지는 유전적 돌연변이, 후성 유전적 상황이 있었는지도 몰라. 하지만 나는 나를 괜찮은 사람으로 바꾸고 싶었고 독서를 해야할 때라고 생각했지. 여전히 책만 보면 졸리고 피하고 싶었는데, 자기 스스로 괜찮은 사람을 바꾸는 방법으로 독서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었고 함께 독서 모임을 시작했지. 그 때, 모임에서 상당한 양의 독서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 분들로부터 새로운 독서 환경을 배울 수 있었어. 점점 책을 보는게 재미있어지고, 어려운 책만 아니면 졸리지는 않더라고!

이제는 ‘책을 읽는 것과 필사’만으로는 부족함을 느꼈고 작년 2020년 01월 11일 체인지 그라운드 강의에도 가게 됐지. 거기서 충격적인 얘기도 들을 수 있었어. ‘기본 24권의 책을 읽고 서평도 24편을 써야해. 쓰지 않는 사람은 여기 있을 자격이 없어!!!’ (메모를 해놨지만, 왜곡이 있을 수 있어!) 아! 나는 아직 부족하구나!!! 그래 바뀌고 싶다면 24권, 24편부터 시작해보자!!!라는 목표를 세웠고, 14편씩이나 작성할 수 있었지.

올해는 꼭 서평 24편 목표를 넘어보고 싶어서 씽큐ON을 신청을 했어. 열정 가득한 사람들이 새벽 다섯 시부터 울리는 단톡방 알림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매일 매일 자극 받으며 독서하고 있어. 내가 ‘나는 이미 결정됐어!! 나는 이렇게 살아야해…’ 하며 2015년을 독서하는 환경으로 바꾸지 않았다면, 이 방에는 들어오지도 못했고, 더 이상의 발전은 없었을거야.

바뀌고 싶다면 주변 환경을 바꿔! (우리는 현재 유전적 요인이나 태아 프로그래밍과 같은 요소들을 바꾸기 매우 어려우니) 그러면 바뀐 주변 환경이 내 안의 미생물총, 음식, 호르몬 변화 등을 변화시키고, 다시 이들의 영향을 받아 내가 원하는 방향을 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함께 걸어가고 있을거야.

결정된 필연에 의해 우연 일어나게 되고, 우연이 또 다른 필연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