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18] 재미에 숨겨진 의미 (미야자키 월드_2021.02.21)

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수 많은 작품들 중 <센과 치히로의 행방 불명>을 가장 재미있게 봤다. 그리고 매년 한 번씩 다시 보곤 한다. 내가 이 영화를 찾는 이유는 작품이 주는 재미, 그리고 편안함, 밝은 분위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보고 이 애니메이션들의 내용을 반 정도만 즐겼다고 생각했다.

나머지 반은 무엇이었을까? 반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너무 놀랐다. 애니메이션이 상영되는 매초마다 미야자키는 관객들에게 의미를 전달하고 있었다.

  • 인물 : <센과 치히로의 행방 불명>의 시작은 치히로의 가족은 이사가면서, 우연히 온천장 입구로 들어가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장면이다. 알 수 없는 끌림에, 시원한 바람에 발걸음이 따라 움직이는) 치히로에게 대하는 태도, 주인 없는 음식을 마구 먹기 시작하는 엄마, 아빠를 통해 30~40대 일본인의 탐욕스러운 소비를 보여주고자 했고, 치히로의 의존적이고 소심했던 성격이 힘겨운 노동, 자기 규율, 타인에 대한 친절, 도전에 대한 의지를 통해 변화 과정을 보여주고, 가오나시도 또한 의미 있게 설정해 놓았다.
  • 소품 : 아무 생각 없이 이야기 흐름을 위해 사용한 재료인 줄 알았던 음식들은 위험하고 중독성이 높은 소재로 사용되기도 하고 약이나 위안을 주는 성찬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p356)
  • 장소 : 신들이 피로를 풀기 위해 찾는 온천장은 소란스럽고 유바마의 통제하에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는 장소이고, 바다 위 기찻길은 이와 반대로 고요한 공간으로 치히로가 자립을 향한 마지막 여행의 시작점이다.

내가 또 좋아하는 장면은 센, 가오나시가 함께 기차를 타고 제니바에게 가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 장면을 ‘고요한 클라이맥스’라고 표현했다. 온천장에 있으면서 받는 스트레스, 압박감, 소음 등은 멀어지고 적막함, 고요함만이 존재하는 기차에 오르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나도 같이 편해진다. 이 장면이 주는 편안함에 자꾸 이 영화를 찾게 되는 것은 아닐까?

P446 삶은 어둠에서 빛나는 빛이다.

이런 의미들을 알고 봤으면, 더 깊게 탐구할 수 있었겠지만 여러 번은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각 장면, 인물들의 의미는 지금 생각하고 볼 때는 느껴지는 분위기를 즐기고 싶다.

이 책과 함께 못본 영화를 본다면 애니메이션이 주는 재미를 넘어 의미를 알게 될 것이다.